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세요! 🧐

청소용 세제 락스를 생산하는 자벨이라는 대기업 사무실에서 홍보 커뮤니케이션 부서 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이 진행 중이에요. 면접관은 젊은 여성 면접자에게 온갖 질문을 퍼붓는데요. 면접자는 포부와 열정, 전문성과 커리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만, 면접자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면접관의 반응은 냉랭하죠.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은 은밀한 사생활뿐 아니라 절대자, 존재, 미에 대해서도 질문해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세요!” 이력서에 쓴 대로가 아닌,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면접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를 내던지며 점점 노예가 되어 간다고.

락스는 섬유나 염색 재료 속 색소를 없애버리는 표백제죠. 면접관은 겉으로는 “너 자신이 될 것”을 주문했지만, 면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면접자는 상대 마음에 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색을 지워 내요. 마지막에는 면접관 요구에 맞춰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죠. 결국 상대가 원한 것은 개성을 간직한 “나다움”이 아니라 깨끗하게 표백되어 어떤 색이든 덧입힐 수 있는 순백의 개인이었어요. 취업 시장, 노동 시장에서 부딪히는 권력관계의 폭력성, 성폭력, 번아웃, 부조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엿보인다고.

“너 자신을 알라” 👴

희곡 ＜너 자신이 되라＞는 신예 프랑스 극작가 콤 드 벨시즈가 2017년에 발표한 작품이에요. 작품의 제목인 “너 자신이 되라”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의 패러디인데요. 이때 구체적인 상대에게 명령할 때는 “돼라”로, 불특정 다수에게 명령의 뜻을 담아 쓸 때는 “되라”로 표기해요. 따라서, 격언 “너 자신을 알라”의 패러디인 만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명령의 의미를 살려 “너 자신이 되라”로 표기했다고.

희곡 <너 자신이 되라>는 작년에 초연되었고 올해 하반기 재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요. 또한 공연 시점에 맞춰 작가 콤 드 벨시즈가 내한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