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 있나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때는 결심이 필요하지만, 사랑에 빠질 때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어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쉽게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헤어지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했죠.
형사인 해준은 산에서 죽은 남자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다 피해자의 어린 중국인 아내인 서래를 마주하게 돼요. 해준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한 서래를 주시하며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드는데요. 해준은 서래의 모든 행동에 이유를 묻고 서래 역시 해준의 모든 행동을 의식하게 되죠.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궁금증을 던지고, 그런 호기심은 곧 사랑의 형태로 변해갔어요. 하지만 해준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서래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죠.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끝내 서로에게 온전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데요. 불면증에 시달리던 해준에게 서래는 따뜻한 숨결을 불어 넣어 잠을 선사해 주고, 해준은 밥을 챙겨 먹지 않는 서래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죠.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사랑의 끝은 파국이었는데요. 형사와 용의자 간의 사랑, 부인이 있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 어느 쪽이든 둘의 관계는 행복한 결말을 맞기는 어려웠죠. 영화의 끝부분에 파도가 밀려오고 모래가 무너지듯이, 둘의 감정은 흘러오는 밀물에 소리 없이 무너지고 쓸려가 버린다고.
👻: 서래와 해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있으면 유령이도 가슴이 미어져령… 서래와 해준을 보고있으면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령?
▲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 연습 사진, 극단 제공
텅 빈 간이역에서 고백하는 사랑 이야기🚉
러시아 작은 지방의 어느 간이역.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괘종시계는 어느덧 저녁 6시를 알리고 있어요. 기차역 대합실에 조용히 앉아있던 노신사 톨스토이의 곁으로 아름답지만 다소 초조하고 예민해 보이는 귀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다오죠.
스피커에서 마지막 열차가 지연되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와요. 간이역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노신사와 귀부인 두 사람이 전부였죠. 두 사람 사이의 적막한 침묵은 기차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깨어지고, 두 사람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와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까지. 둘의 대화는 그들이 지나온 삶과 사랑, 예술과 종교, 구원에 대한 끊임없는 고백으로 이어져요.
톨스토이는 자신의 삶과 작가로서 왜 글을 썼는지에 대해 반성하며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안나는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찾아왔던 운명적인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집착을 통해 깨달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말하죠. 작품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의 대화 속에서 풀어나가요. 둘 사이의 대화는 곧 각자의 내면으로 이어지고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된 둘은 각기 다른 운명의 수레바퀴로 향하게 된다고.
👻: 과연 두 사람은 마지막 열차를 탈까령, 아니면 또 다른 첫차를 타게 될까령?
▲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 연습 사진, 극단 제공
대문호 톨스토이와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의 만남📚
연극은 이 두 사람이 작가 톨스토이와 그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 속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실제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출발해요. 연출가 나진환은 톨스토이가 1882년에 완성한 <참회록>과 1878년에 완성한 <안나 카레니나> 사이에서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해요.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극단 피악은 상업연극, 대중연극이 주를 이루는 연극계에서 인문학적 관점으로 고전을 재해석하고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계속해 오고 있어요. 그리고 연극 속에 연출력, 대사 또는 움직임을 통해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연극 언어를 녹여냈죠. 극단 피악은 관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오늘날의 연극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언어가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를 관극하기를 원한다고.
👻: 작가 톨스토이와 그의 작품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사이의 대화라니! 정말 흥미로운 주제의 연극인데령?
2월 27일 레터에서는 유산이 불러온 세 자매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다룬 연극 <세 사람>을 플로터들에게 소개해드렸는데요. 해당 연극을 관극한 플로터들의 후기가 궁금해요! 남겨주신 후기들 중 몇 가지는 다음 주 레터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