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별장, 혼자사는 아이 🤸

스웨덴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 동네를 산책하던 한 남매 앞에 특별한 소녀가 등장해요. 바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아이 삐삐 롱스타킹! (👻: 롱스타킹은 양말이 아닌 삐삐의 성이에령!) 별장에서 홀로 살아가는 삐삐는 누가 돌봐주고 있냐는 질문에 “나야 내가 돌보지”라며 쾌활하게 답하죠. 삐삐는 세상이 정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데요. 바닥에서 쿠키를 만들고, 청소 솔로 팬케이크 반죽을 저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죠. 어른들의 바보 같은 질문과 행동을 참지 않는 삐삐는 자신을 보육원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경찰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그들을 쫓아내기도 했다고.

초인적인 힘으로 약한 이들을 지켜는 삐삐는 친구들과 동물들에게 다정다감하며 그들을 아무런 선입견 없이 대하죠. 그녀는 나이, 성별, 인종, 직업과 상관없이 행동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그 자체로 즐기고자 하는데요. 삐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즐겁고 신나게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는 당시 권위적이었던 스웨덴 사회에서 모든 어린이가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던 열망을 자극했어요. 아이들은 규칙과 명령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삐삐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죠.

난 언제나 잘해 나갈 테니까 🎠

삐삐의 이야기는 아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작가의 딸이 자던 침대에서 시작됐어요. 폐렴을 앓던 딸은 즉흥적으로 이름을 지어 엄마에게 ‘삐삐’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죠. 이에 아스트리드는 딸이 웃을 수 있게 재미있고 신나는 상상들을 들려줬어요. 몇 년 후 아스트리드는 사고로 입원한 시기에 이를 원고로 정리해 출판사에 보냈지만, 이야기가 너무 자유분방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해요. 하지만 그녀는 이후 집필한 다른 소설로 상을 받으며 자기 능력을 증명하죠. 당시 아동문학 공모전의 경우 암묵적으로 기존 작가들을 위한 자리였기에, 출판사 측에서는 어느 주부의 글이 당선된 것에 당황했다고 해요.

이후 아스트리드는 작품을 대대적으로 수정했고,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다음 공모전에서 우승하며 세상에 출간되었죠.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랜 기간 혹평에도 시달렸는데요.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삐삐의 모습이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악의적 비평과 부모들의 항의가 뒤따랐기 때문이에요. 어린이가, 그것도 여성이 막힘없이 행동하며 권력에 반항하는 모습은 보수적이었던 당시 스웨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죠. 그럼에도 삐삐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아스트리드는 흔들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 갔어요. 그녀의 책은 점차 전 세계로 번역되었고, 아스트리드는 세계적인 아동문학의 거장이 되었다고.

이는 아스트리드 작품의 특징으로, 아이가 어른에게 귀속되는 존재가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하고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줘요. 그녀가 아들의 작문 숙제를 도와주면서 '아이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일화도 이 같은 그녀의 가치관을 보여주죠. 그녀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훈육과 명령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랑 💝

아스트리드는 자기 작품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며 행동하고 연대했어요. 그녀는 당시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스웨덴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일침을 날렸고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죠. 과도한 세금 청구를 풍자하는 동화를 출간해 정부 관계자가 공개 해명을 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아스트리드는 아동의 권리와 행복,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동물에 대한 폭력에 대하여 분노했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어요. 이러한 그녀의 삶은 약자를 위해 참지 않던 삐삐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었다고 평가받기도 하는데요. 아스트리드의 연설문은 스웨덴 아동 처벌 금지법의 기초가 되며 실제로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아스트리드는 얼굴이 지폐에 담길 정도로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예요. 아스트리드의 책은 안드레센과 그림 형제 다음으로 가장 많이 번역되어 전세계의 독자에게 전해졌고, 작품 기록물들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어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드레센 상과 더불어 수많은 수상 기록을 남기기도 했죠.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명성보다는 새롭고 재밌는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어린이의 삶을 잊고 어른이 된 수많은 사람에게, 끝까지 어린이의 사랑과 즐거움을 남겼죠. 스웨덴은 아스트리드 문학상을 제정하며 그녀의 삶을 기리고자 했고, 이는 국제적으로 아동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