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사과와 목마 🍎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이 열린 어느 날, 모든 신들이 결혼식에 초대받았지만 오직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받지 못했어요. 이에 격분한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적힌 황금 사과를 두고 갔고, 누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지를 두고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투게 되었죠. 다툼이 길어지자 제우스는 가장 아름다운 남자이자 트로이의 왕자였던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는데요. 헤라는 자신을 황금 사과의 주인으로 선택하면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아테나는 위대한 지혜와 모든 전쟁의 승리를,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 약속했어요. 파리스는 고민 끝에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 판명했고, 그 대가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아내로 맞게 됐죠.

하지만 아내를 뺏겨 분노한 메넬라오스가 그리스 대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침공해 오며 ‘트로이 전쟁’이 시작됐는데요. 이 전쟁이 무려 10년간 이어지며 결판이 나지 않자 그리스는 거대한 목마를 만들고, 그 안에 30명의 정예병을 넣어 트로이 성문 앞에 둔 후 군대를 철수시켰어요. 트로이는 이 목마를 그리스의 항복의 표시로 여겨 성에 들였고, 트로이가 방심한 사이 그리스 병사들이 목마에서 나와 성을 함락시켰죠. 그렇게 10년간의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막이 내렸다고.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

트로이 왕국의 왕자인 헥토르는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동생 파리스가 그리스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해 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돼요. 그리고 이로 인해 트로이와 그리스 간 전쟁의 위기가 찾아왔죠. 그는 실제 전장에서 싸워 본 전사로서 더이상의 전쟁은 결사 반대였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를 돕지 않았는데요. 왕과 대신들은 ‘헬레네의 아름다움’이 뛰어나니 전쟁은 정당하다는 논리의 탁상공론 뿐이었고, 당사자인 헬레네 역시 미온적인 태도만 고수했어요. 힘들게 이끌어냈던 양국 회담장에서도 헥토르는 그리스 군 수장 아이아스에게 모욕을 당하고, 뺨까지 맞았죠. 그렇지만 헥토르는 전쟁만은 막겠다는 일념으로 회담을 이어나가며 양국 간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해요.

이 평화는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뒤집히게 되는데요. 계속해서 트로이를 위해 전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데이코스라는 신료가 헥토르의 창에 맞아 죽는 순간까지 아이아스가 자신을 찔렀다며 사람들을 선동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결과 닫혔던 전쟁의 문이 다시 천천히 열리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죠.

희곡 <트로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리>는 제1차 세계대전 후 혼란했던 시기에 쓰여졌어요. 비합리적인 사고와 무논리, 무책임이 실제로도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작가 장 지로두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리고 전쟁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이 희곡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희곡 <트로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리>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비이성의 나비효과 🔫

많은 플로터들이 제2차 세계대전하면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를 떠올리실 거에요. 그는 역사에 다시는 없어야 할 전범이죠. 하지만 히틀러에 대해 지금까지도 의아한 부분이 있어요. ‘히틀러 한 명이 어떻게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독일의 국민들은 앞선 전쟁과 대공황을 겪으며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꺾여 있었어요.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준 히틀러와 나치의 비이성에 편승했죠. 히틀러 한 명 혹은 소수의 광기가 대중들을 업고 힘을 키웠고 그 결과는 가장 참혹했던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이었죠. 희곡과 실제 역사는 말해요. 전쟁은 약간의 비합리성, 그릇된 명분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