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불행한 비극의 영웅 🎭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라이오스 왕과 이오카스네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였어요.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먼 훗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라이오스 왕은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죽이라고 명하죠. 명령을 받은 양치기는 아이를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산속의 나무에 아이를 매달아 놓아요. 아이는 코린토스의 양치기에게 발견되어 코린토스* 폴뤼보스 왕의 아들이 되었죠. 폴뤼보스는 아이의 발이 부은 것을 보고 아이에게 부은 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지어줘요.

*테베: 테바이, 또는 티바는 아테네의 북서쪽, 보이오티아 평원 동쪽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의 주요 도시 중 하나

*코린토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이자 현대의 도시

훗날, 자신의 신탁에 대해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패륜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폴뤼보스 왕의 곁을 떠나게 돼요. 여행을 하던 도중 오이디푸스는 좁은 길목에서 어떤 남자의 일행을 만나게 되는데요. 좁은 길목에서 누가 비킬지로 다툼하던 중, 오이디푸스는 남자와 남자의 일행을 살해하게 되죠. 그런데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죽은 남자는 자신의 친아버지 라이오스 왕이었어요.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죠. 여행을 계속하며 테베의 땅에 도달한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문제를 풀면 테베의 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요. 현대까지도 유명한 스핑크스의 문제를 맞힌 그는 스핑크스를 무찌르고 테베의 영웅이 되었고, 테베의 왕비이자 친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죽은 라이오스 왕 대신 왕좌에 앉는다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테베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범인이 테베를 떠나지 않는 한, 나라의 역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돼요. 예언을 듣고 살인범을 수사하던 중, 오이디푸스는 바로 자신이 라이오스 왕의 살인범임을 깨닫죠.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수치심에 절규하며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고, 오이디푸스는 엄혹한 현실 앞에 절망하며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해요. 앞을 보지 못하는 오이디푸스는 죽을 때까지 딸 안티고네, 이스메네와 함께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모욕당하죠 (👻: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클릭!) 

이러한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어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도 남아의 3~5세 시기에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 성적 애착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명명하기도 했죠. 오이디푸스는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되려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이 운명을 실현시킨 결정적 원인이 되어버렸어요. 자신도 모르게 신탁이 실현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불행해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의 의지와 신념은 한순간에 깨어질 만큼 나약하다고.

극의 제목 <그 여자 이야기>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극의 초반에는 비난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었던 대상이 기윤의 엄마인 은주였다면, 극이 진행될수록 손가락은 성연을 가리키게 되죠. 은주의 이야기와 주인공 성연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 즉, 제목의 ‘그 여자’가 더 이상 타자화되지 않는 지점에서 성연은 비로소 은주의 마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죠. 기윤의 등장이 촉매가 되어 삶이 뒤바뀐 성연의 이야기처럼, 아는 것과 알고 있다는 믿음들은 언제든지 전복될 수 있어요. 이러한 앎과 믿음의 뒤집힘은 한 인간이 무너질 만큼의 충격으로 작동될 수도 있죠. 연극 <그 여자 이야기>는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전하고자 했다고.